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결국 전자기기 시장의 '수요 파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PC, 게임기 등 필수 IT 기기의 신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 시장으로 대거 발을 돌리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가격 상승은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와 글로벌 제조사들에 대한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며 시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전자기기 원가 상승과 글로벌 출하량의 역대급 감소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메가 투자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 구조를 뒤흔들었습니다.

HBM 쏠림 현상과 범용 D램 가격 급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실제로 D램 가격은 최근 1년간 6배 이상 폭등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완제품 제조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스마트폰 및 PC 출하량 2억 대 급감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과 PC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2억 대 감소한 13억 4000만 대에 그칠 전망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출하량은 14% 줄어들며 사상 최대 수준의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원가 비중이 높은 중저가 제품군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주요 제조사의 도미노 가격 인상과 중고 시장의 반사이익

제조사들이 상승한 원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매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애플, 델, 소니 등 전방위적 가격 인상

올해 세계 스마트폰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94달러 오른 550달러로 집계되었으며,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20~25%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델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에 동참했습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1만 8000엔 인상)와 닌텐도 스위치2(1만 엔 인상) 등 콘솔 게임기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제품 거부하고 중고 플랫폼으로 몰리는 소비자

가격 저항선에 부딪힌 소비자들은 중고 시장에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애플의 가격 인상 발표 직후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백마켓'의 중고 맥북 판매량은 일주일 만에 62% 급증했습니다.

글로벌 중고 스마트폰 판매량 역시 지난해 3% 성장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나 폭증하며 완연한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홈 엔터테인먼트 소비 위축과 반AI 정서의 확산

하드웨어 가격 폭등은 집에서 즐기는 여가 문화 전반의 침체와 시장 구조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여가 비용 감축과 무료 플랫폼 이동

전기요금 상승과 OTT 플랫폼들의 잇따른 구독료 인상에 칩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미국 밀레니얼과 Z세대의 홈 엔터테인먼트 소비는 약 4% 감소했습니다.

비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유료 게임 구매나 스트리밍 구독을 해지하고, 유튜브 등 광고 기반의 무료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제조사를 향한 집단소송과 부작용 우려

소비자들의 불만은 결국 법적 대응으로 번졌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3사가 D램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공동 감산을 진행했다는 취지의 집단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 부담 가중은 물론, 인공지능 기술 전반에 대한 대중의 반AI 정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칩플레이션(Chiplation)이란 무엇이며 왜 발생했나요?

A1. 반도체(Chip)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자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HBM 공급을 늘리면서, 일반 전자기기에 쓰이는 범용 D램 공급이 부족해져 발생했습니다.

Q2. 최신 하드웨어 대신 중고 IT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신제품의 기능적 변화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이 너무 크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최근 유행하는 많은 AI 서비스가 기기 자체 스펙보다 웹이나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하므로, 소비자들이 비싼 최신 기기를 고집하지 않고 중고 제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Q3. 반도체 가격 상승이 콘텐츠 시장이나 가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3. 스마트폰과 PC 가격 상승 외에도 콘솔 게임기 가격, OTT 구독료, 전기요금 등이 동반 상승하면서 홈 엔터테인먼트 관련 소비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지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유료 콘텐츠를 줄이고 광고 기반 무료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